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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크루즈의 미래는?
작성자
제주관광공사
작성일
2021-08-11
조회수
574320
코로나19로 크루즈산업은 극심한 침체와 위기를 겪고 있다. 세계 크루즈 관광객은 2020년에 3000만명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로 530만명에 그쳤다. 크루즈산업은 코로나19로 국제이동이 제한되면서 1차 피해를 입었고, 일본의 크루즈선 내 감염자 확산으로 인해 ‘코로나 배양접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2차 피해를 입었다. 일본에 정박한 크루즈선 내 코로나19 확산은 육상에서 감염된 관광객을 크루즈 승선 시 체크하지 못했고, 이어 크루즈선에서 감염자를 격리하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다. 크루즈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것이 아니지만, 크루즈는 위험한 관광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생겨났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크루즈 선박회사들은 관광객의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고 안전한 관광을 위해 방역시스템을 마련했다. 그리고 선박검사기관, 의료기관, 국제기구로부터 방역시스템을 인증받아 크루즈 운항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크루즈선의 운항을 허용한 국가는 가까운 대만, 일본, 싱가포르를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EU 국가 등이 있다.

코로나19로 크루즈선과 관광객의 국내 입항이 금지되면서 크루즈업계는 매출이 없어 직원들이 휴직과 이직을 했다. 이중 일부 업체는 폐업하는 등 국내 크루즈산업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해양수산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2020년 크루즈업체의 매출과 거래는 전년 대비 95~100% 감소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이 5%도 안 된다는 얘기다. 크루즈업계 고용은 크루즈 선사에서 8%, 크루즈여행사에서 42%가 감소했다. 2021년에도 크루즈 분야 인력 감소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루즈 관광이 재개돼도 국내 크루즈산업의 재도약에 상당한 애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크루즈 후발국 한국에겐 새로운 기회

그간 한국 크루즈산업은 전국 주요 항만에 크루즈 부두와 터미널을 건설하고,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과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확대됐다. 2016년 해외에서 크루즈를 이용해 국내로 입국한 사람이 226만명에 달했고, 그해 제주도는 아시아에서 크루즈선이 가장 많이 기항하는 항만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반발로 크루즈 관광객의 한국 입항을 금지하면서 국내 크루즈산업은 1차 위기를 맞았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 민간에서 크루즈 유치 다변화를 통해 중국 외 대만, 일본, 러시아 등의 관광객이 증가했고, 국내 크루즈 수요 창출을 위해 크루즈선 차터(주로 선박이나 항공기 등을 임대하는 운영 리스의 일종)도 전년도에 비해 2배로 늘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다시 2차 위기를 맞아 2020년 이후 해외 크루즈 관광객의 국내 입국자는 전무한 실정이다.

위기는 기회를 만드는 법. 코로나19가 크루즈 시장을 새롭게 재편하면서 한국과 같은 크루즈 후발국이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그간 크루즈 기항지는 크루즈 선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크루즈 기항지 국가에서 크루즈선 입항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기항지 국가에서 코로나19 방역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선박과 감염자가 있는 크루즈선은 기항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크루즈선은 정원대비 승선율을 줄여 선박 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해야 관광객의 승선이 가능하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방역체계가 크루즈 관광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크루즈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 크루즈산업을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몇가지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K방역을 크루즈산업에 접목해야 한다. 크루즈선 입항 금지 위주의 방역정책을 크루즈선 입항과 운항을 전제로 하는 코로나19 방역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외국에서 들어오는 항공기는 방역기준에 따라 국내 착륙과 탑승객의 국내 입국이 허용되고 있다. 크루즈 관광객에 대해 해외 일반 입국자와 같이 백신 접종 2주 경과 후 입국하면서 PCR 검사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무증상일 경우 자가격리를 면제해야 한다.

둘째, 크루즈산업에서 핵심리더 역할을 하는 크루즈 기업군을 육성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이탈리아,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크루즈 선박회사와 조선소를 기반으로 크루즈 관광을 육성하고 있다. 반면 중남미 국가는 해외 크루즈선의 유치를 통해 관광객 증가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외국 크루즈선이 기항하지 않으면 관광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가 침체를 겪는다. 그간 한국은 크루즈산업 발전을 위해 항만과 터미널 건설, 관련 법률 제정, 그리고 전문인력 양성 사업 등을 전개하면서 유럽형 크루즈산업 발전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지자체의 크루즈 정책은 해외 크루즈 관광객 유치에만 집중되고 크루즈 선사와 조선 등 기반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은 찾기 어렵다. 한국이 크루즈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유럽형 크루즈산업 발전모델을 새롭게 추진해야 한다.

크루즈선 연구개발센터 설립 필요

셋째, 크루즈산업의 핵심인 크루즈 선박 확보를 위한 크루즈 금융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항공기 없는 항공산업의 육성이 공염불에 불과하듯이, 크루즈선 없는 크루즈산업 발전도 모래성이 될 가능성이 많다. 크루즈선 신조가는 5000억~1조원에 달해 개별 민간기업 단독으로 투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민간과 정부의 연합으로 크루즈선 확보금융을 마련해야 한다. 시중의 민간자금이 크루즈선 확보에 투자되도록 정부의 2순위 투자(보증)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해양금융정책기관의 관련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


넷째, 우리나라 크루즈선 확보 및 조선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크루즈선 연구개발(R&D)센터 설립이 필요하다. 국내 조선소의 크루즈선 건조는 크루즈산업 경쟁력 제고는 물론 조선 및 제조업 활성화에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3000~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루즈선 건조가는 무려 1조원에 달한다. 이는 2만TEU 컨테이너선 건조가 1000억원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 이만큼 부가가치도 높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조선소의 크루즈선 건조는 조선산업 발전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조선소는 주력 선종인 컨테이너선의 공급 과잉과 LNG선의 저가 수주 그리고 해양 플랜트 핵심기술 미확보로 채산성 악화와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크루즈선을 건조해 수익성을 높여 나가는 유럽 조선소와 상반된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계속 늘어나는 크루즈선 수요와 국내 조선산업의 구조조정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크루즈 조선을 추진해야 한다.

크루즈산업은 선박운항, 조선, 항만, 관광을 비롯해 25개의 산업이 연관돼 고용창출도 많고 지역경제 발전 효과도 높은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크루즈는 일반관광에 비해 매력도가 높아 코로나19 종식 후에는 폭발적인 수요 증가와 지속적인 발전이 예상된다. 코로나19 이후 재개가 예상되는 크루즈산업의 기회를 잡고 우리나라 해양산업을 새롭게 도약시킬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한국크루즈포럼 운영위원장>

원문보기: 주간경향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4&artid=202108091409401#csidxb6b1f095657d115bef3023aae553b6f